예능도 다큐로 만드는 유아인의 [나 혼자 산다]
배우 유아인이 MBC [나 혼자 산다]에 등장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흔치 않은 배우이기에 더욱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방송을 보니, [나 혼자 산다]가 예능 프로그램이었나 싶다. 예능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웠고, 모노드라마, 혹은 단편 영화처럼 보이기도 했다.
유아인의 [나 혼자 산다] 출연 분량은 2회에 걸쳐 방송됐다. 지난 19일에 이어 26일 모든 분량이 끝났다. 스튜디오에서 함께 VCR을 즐긴 유아인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연신 몸을 숨겼다. 진실된 자신의 모습을 허세로 포장해 예능으로 재탄생시켰다.
유아인은 자신만의 가치관이 확고한 배우로 통한다. 장르물에 잘 출연하지 않고, 청춘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다소 무거운 작품에 자주 등장했다. 화려한 모습보다는 옆집 청년, 동네에 한 명쯤 있을 법한 청년 등과 같이 대중들과 숨과 살결을 함께하는 인물이 많았다. 오히려 평범보다 위가 아닌 아래에 근접한 삶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 유아인은 달랐다. '허세 하우스'라고 불릴만한 3층 저택에 살았다. 연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보고 "허세 그 자체"라고 너털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허세라고 보이진 않았다. 그동안 유아인이 걸어온 길을 본다면, 유아인에게 집은 집 이상의 의미를 지녔을 것이다.
유아인은 3층 집에 도비와 장비라는 이름의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었다. 3층은 침실, 2층은 거실, 1층은 주방이었고, 지하에는 차고가 따로 있었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유아인의 집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대중들이 상상하는 배우의 집의 표본일지도 모른다.
최근 리얼 버라이어티가 많아지면서 스타들의 집이 매스컴을 통해 자주 공개된다. 하지만 유아인의 [나 혼자 산다]처럼 모든 공간을 보여주는 일은 흔치 않다. 두 개의 드레스 룸, 혼자 쓰기는 과하다 싶은 주방과 화장실 등 화려한 유아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집은 화려했지만, 유아인의 개인적인 삶은 소탈했다. 일어나 고양이 눈곱을 떼고, 밥을 챙겨주고 화장실 청소를 한다. 고양이 집사로서 업무를 끝내고 유아인은 개인적인 용무를 본다.
컴퓨터에 앉아 당연하듯 자신의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고, 운동을 하고 장을 본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이다. 맥주 한잔을 하고 아주 편안한 차림으로 동네 산책을 하고, 잠시 정자에 누워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무한 반복하는 것도 평범한 일상이 주는 즐거움이다.
화려한 집을 떠날 준비도 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채우던 그는 이제 비워낼 준비 중이었다. 신발장을 정리하고, 옷장을 정리하고, 쌓여있는 책도 정리할 준비를 끝냈다. 스튜디오에서 "아직 저 상태 그대로다"라고 했지만, 그는 비워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평범한 일상 사이사이 유아인은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배우로서 느끼는 책임감이다. 그는 방송 중반에 자신 또래보다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배우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유아인이 했던 말을 옮겨봤다.
"뭔지 모르고 시작했다가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면서, 양심적으로 책임 있게, 내 할 일을 잘하고 싶다. 배우로 살면 돈 너무너무 많이 벌거든요. 사실 사치스럽게 호화롭게 사는 인생이라면 저는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iuzzib@daum.net (오타 및 기사 제보)
※저작권자 ⓒ무비부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