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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결백> 엄마와 딸, 그리고 가족 이야기

무비 스토리

by 무비부비 2020. 6. 1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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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우에 따라 스포일러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을 밝힙니다.

 

영화 <결백> 스틸. 사진제공 키다리이엔티

영화 <결백>은 대천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농약 막걸리를 마신 사람들이 죽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평범한 시골 마을의 장례식장 풍경으로 출발하지만 이내 사람이 죽는 살인사건 현장으로 뒤바뀐다. 비명이 터져 나오는 아비규환 그 자체다.

 

한차례 폭풍이 휘몰아친 현장은 조용하다. 차분한 표정으로 그곳을 찾은 사람은 유명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 정인(신혜선)이다. 현장을 찬찬히 둘러본 정인은 초동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알게된다. 그는 바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화자(배종옥)의 딸이다. 그리고 화자는 고인의 아내이다. 한 가정에서 벌어진 비극이다.

 

<결백>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듯한 한 여자를 변호하는 그의 딸이라는 설정이다. 살인사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와 치매에 걸려 그날의 기억을 모두 잊은 한 여자라는 슬픈 사연을 더해 보다 극적으로 보이는 착시를 일으킨다. 하지만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여다보면 참으로 비극적이고 슬픈 엄마와 딸, 그리고 가족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장례식장에서 유난히 활기 넘치는 한 남자가 있다. 가만 보니 상복을 입고 있다. 그렇다. 고인의 아들 정수(홍경)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정수는 아버지의 죽음을 알고는 있는 것인지 해맑기만 하다. 살인사건이 벌어진 뒤도 마찬가지다. 죽어 쓰러진 사람의 틀니를 가지고 뛰어다니며 아수라장을 만든다. 한 남자의 죽음, 한 여자의 치매, 한 아이의 질병. 결국 한 가족의 이야기다.

 

영화 <결백> 스틸. 사진제공 키다리이엔티

하지만 이들 가족 안에는 아버지는 없다.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엄마를 변호하겠다는 정인은 아버지의 죽음은 중요하지 않다. 왜,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나오지 않는다. 정수 역시 "엄마"만 외칠 뿐이다. 아버지의 부재. 과거사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대목이다. 

 

<결백>은 화자의 무고함을 증명하기 위한 정인의 시선을 따라간다. 정인은 어린시절, 집을 도망치듯이 떠났다. 그 후 서울에서 변호사가 됐고, 현재는 능력을 인정받는 대형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다. 정인이 변호사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최소 10년 이상 가족과 단절됐다는 것이다. 정인의 시선에 관객들이 흥미를 느끼고 따르게 되는 이유다.

 

정인과 화자는 여느 평범한 모녀 관계는 아니었다. 화자와 그의 남편, 그리고 추인회(허준호)를 비롯한 마을 사람의 비밀을 품은 아이가 정인이었고, 정인은 그 사이에서 아버지의 핍박과 엄마의 외면을 받아야했다. 결국 정인은 가족을 버리는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몰랐다. 화자와 그의 남편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에게 더 큰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관객들과 함께 찾아 나가면서 몰입을 돕는다.

 

영화 <결백> 스틸. 사진제공 키다리이엔티

이 영화에 관객들이 몰입을 돕는 것은 정인의 상황도 있겠지만, 정인을 연기한 신혜선의 연기력도 한몫했다. 이 가족을 둘러싼 모든 것이 밝혀진 후 정인이 오열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그저 엄마의 결백을 밝히기 위한 추리극이 아닌, 엄마와 딸, 비극으로 만들어진 한 가족의 이야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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