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페놀 유출사건과 1990년대에 존재했던 대기업 영어토익반 등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가져와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또 다른 재미는 2020년에 만나는 1995년, 그때 그 시절에 있다.
1990년대는 IMF 구제 금융의 한파가 몰아치기 직전이다. 개성과 개인주의가 꽃을 피웠고, 멋과 자유를 구가했던, 기성새대와는 다른 라이프 스타일의 젊은이들이 X세대라고 불리기도 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기억에 있는 이 시대를 구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디테일이 조금만 달라져도 누군가의 기억 속 그때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미술팀과 분장팀은 철저한 자료조사와 발품, 또 그때를 모르는 젊은 관객들이 보기에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부여하는 것으로 난관을 극복했다.
주무대인 삼진전자 사무실 풍경은 첫 번째 관건이었다. 고졸 업무보조 여사원들은 모든 팀의 구석에 배치되고, 당시 대중화됐던 386 컴퓨터는 부서에 따라서는 보조 사원들의 책상엔 놓이지 않았다. 업무 특성에 맞게 마케팅 부서에는 포스터가 보이고, 돈을 다루는 회계부 사원 책상에는 뚱뚱한 모니터와 주판이 공존했다.
걸어가는 뒷모습에 걸리는 전단지 한 장도 현재와는 달랐던 디테일을 구현하기 위해 미술과 소품은 모든 로케이션 장소에서 눈에 걸리는 요소로 다 새롭게 드레업 했고, 삼진그룹 기업 로고 디자인부터 공고문, 토익 교재, 종이컵, 컵라면 포장지까지 직접 제작했다.
배우들의 노력도 영화에 담겼다. 이모뻘 세대의 청춘을 표현하기 위해 엄마의 앨범을 뒤지고, 당시 패션을 다룬 유튜브를 보고 골동품과 중고품 사이 선을 타는 물건들이 꼳아져 나오는 동묘 시장을 의상팀과 방문하는 방법의 노력으로 각자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갔다. 키도 제각각 다른 세 친구는 개성이 중시되던 당시 분위기에 맞춰 각자 타고난 조건을 부각하는 식으로 가장 키가 큰 유나(이솜)는 힐을 신고, 보람(박혜수)은 플랫 슈즈를 신는 식으로 오히려 장점화 했다.
또 당시 유행이던 갈매기 눈썹과 블루 블랙 헤어, 매트한 피부 표현, 당시 커리어 우먼을 주인공으로 한 화장품 광고로 대유행했던 밍크 브라운 립스틱 색깔을 립 라이너와 함께 적용했다.
의상은 당시 유행과 어긋나지 않되 지금의 기준으로 봐도 촌스럽지 않은 핏, 배우 각자에게 어울리고 납득이 가는 패션을 찾아갔다. 세 친구 중 가장 정석적인 자영(고아성)은 편안함과 멋을 다 반영한 세미 정장, 자기주장이 확실한 유나는 90년대 유행이었던 금 액세서리와 롱부츠, 미니스커트와 파워 숄더 정장 룩을 주로 했다. 수학천재 보람은 유행이나 외모에 별 관심 없이 자기 세계가 확실한 것 같은 성격을 반영해 롱 원피스와 이를 다 덮은 롱코트로 스타일을 잡았다.
이처럼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누군가에겐 추억 여행, 그때를 알지 못하는 2020년 청춘들에게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찾아보는 재미와 함께 디스코 음악 등 요즘 다시 시작된 레트로 열풍 속 새로운 멋과 분위기로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은 1995년 입사 8년 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 사원인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다룬다. 세 친구로는 배우 고아성과 이솜, 박혜수가 출연했다. 현재 극장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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