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나라의 잘못을 바로잡고 싶었습니다!"
최근 일본 사회 문제와 불의에 대항해 스스로 성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는 영화로 만들어져 일본 사회를 발칵 뒤집기도 했다. <카운터스>와 <신문기자> 이어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카운터스>는 일본 사회에 가득한 혐오와 차별에 맞선 시민들의 이야기다. 일본 전역에서 일어난 혐한 시위 등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에 맞서 혐오표현금지법을 이끌어낸 일본 시민들의 활약을 기록했다. 자국에서 벌어지는 무차별한 혐한 시위에 맞서 반혐오, 반차별 시민운동을 펼치며 시위를 제압하는 일본 시민들의 양심과 상식을 조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카운터스'는 일본 내 인종혐오 시위가 극에 달하던 2013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모인 행동주의자들의 모임이다. 영화의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야쿠자 출신 다카하시다. 혐한 반대 시위에 나선 한인타운 단골 가게 주인 할머니의 눈물을 우연히 본 그는 나쁜 짓을 일삼던 자신조차 이런 무차별적 혐오와 차별은 용서할 수 없다며 야쿠자를 그만두고 일본 내 혐한 세력에 맞서는 시민연대 '카운터스'에 가입했다. 또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선다며 현장 최전선에서 시위대를 제압할 카운터스 속 비밀결사대 '오토코구미'를 결성한다.
이 조직에는 재일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 내 소수 민족, 성 소수자, 변호사 등 극좌부터 우익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내가 사는 사회에 혐오와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처음에 소수였던 '카운터스'는 점차 많은 호응을 얻어 마침내 혐한 시위대 규모를 넘어섰다. 특히 '헤이트 스피치'(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 문제를 공론화하고, 언론과 정치권을 움직여 아베 정부 아래 일본 최초로 '혐오표현 금지법' 제정을 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신문기자>는 배우 심은경 출연작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이들이 알고있다. 이 작품은 일본 현 아베 정권에서 벌어진 정치 스캔들을 모티브로, 국가가 감추려 하는 진실을 집요하게 좇는 기자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정부 권력의 거대한 힘 앞에서 기자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고 부도덕한 행위 고발과 진실 추구라는 정권과의 대립 구도로 전개된다.
내각정보조사실에서 극비리에 추진 중인 의대 설립 인허가 비리를 추적하는 신문기사와 이를 돕게 되는 내부고발자의 이야기가 영화 속 핵심 사건이다. 해당 내용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오랜 측근이 소유한 사학 재단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일본 정계를 흔들었던 이른바 '사학 스캔들'을 생각나게 하며 일본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진행 중인 권력을 비판하는 소재는 일본 내 찾아보기 힘든 장르. 일본 영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은 만큼 핵심 권력을 정조준한 보도를 쏟아낸 이 영화는 권력에 순응하는 국가와 저널리즘 이면을 비판하며 사회에 촘촘히 얽힌 부패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특히 제43회 일본 아카데미(2020)에서 3관왕에 오르며 일본인들이 영화의 문제의식과 작품성에 깊이 공감하였다는 것을 증명했고, 진실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신문기자 역할을 인상적으로 연기한 심은경은 한국 배우 최초이자, 일본 최연소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이 두 작품을 이어받을 영화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다. 일제 전범기업 연속 폭파사건(1974~75)을 다룬 작품으로, 누구의 죄도 책임도 없이 시작된 전후 일본 사회의 진정한 반성을 촉구하며,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멈추고 동아시아 연대로 나아가기 위해 행동하는 인물들을 기록했다.
미디어에서 철저히 숨기고 가렸던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세계 최초로 스크린에 담은 첫 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제국주의 위에 쌓아 올린 전범 기업들에 그리고 자신 스스로 '일제 본국인'으로서의 책임을 물었고 그 대가를 지불하기를 요구했다.
더 이상 반성하지 않는 침략의 시간 속에서 살고 싶지 않던 그들은 1974년 8월 30일 미쓰비시 중공업 폭파를 시작으로 1975년 하자마구미 오미야 공장 폭파까지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던 전범 기업 연속 폭파사건을 감행했다. 오직 과거와 그 연장선에 있는 현재만을 직시하며 그것을 단절시키는 것을 자신들의 책무로 여긴 그들은 '살아 있는 과거사'로 불렸으며 자신을 향한 질문 역시 멈추지 않았다.
이 영화는 '자국민의 내부 고발'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평범한 시민들로 구성된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행동을 통해 잘못된 제국주의 역사의 속죄와 반성하지 않는 조국에 대한 성찰과 태도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던진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시놉시스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생각했습니다.
어떤 일본인도 우리를 이해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가해의 기억은 우리를 꽃샘추위 속에 가두고 등을 짓누르지만
지금 일본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1974년 8월 30일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빌딩을 시작으로
1975년까지 이어진 일제 전범기업 연속 폭파사건의 가해자.
우리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입니다.
8월, 일본사회의 거대한 성찰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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